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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이해하는 시간

공평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마음들

by 유니채콩 2025. 10. 14.

마음은 언제나 균형보다 온기를 향해 흐른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주고받음은 꼭 물건이나 대가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짧은 메시지 하나, 사소한 미소 한 줄기,
혹은 아무 말 없이 함께 머문 시간 속에도
사람과 사람은 조용히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주고받음이 늘 공평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정성을 다해 건넨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때,
혹은 내가 온 힘을 다해 이해하려 했지만
상대는 그 마음조차 모른 척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쩐지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이 스며듭니다.
‘나는 이렇게 마음을 다 줬는데, 왜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그 질문이 마음속에 남아 며칠씩 머물다가,
결국엔 조용히 상처로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관계가 공평할 필요는 없다는 걸요.
어쩌면 어떤 만남은 애초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불균형 속에서 ‘배움’을 주기 위한 인연일지도 몰라요.
누군가에게는 내가 힘이 되어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가 기대는 사람이 되죠.
그 역할이 매번 바뀌며 관계는 조금씩 자라납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순간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던 적도 있잖아요.
상대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적도 있고요.
그런 순간을 떠올리면,
공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가끔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별다른 이유 없이 웃고 떠드는 그 시간 하나로
하루 전체가 특별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만남의 무게가 똑같지 않아도,
그 안에는 ‘함께 웃었다’는 기억이 남죠.
그 즐거움이 한쪽으로만 기울기 시작할 때
우리는 관계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상대는 여전히 즐겁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그 미묘한 어긋남이 서서히 마음의 벽을 만듭니다.

그럴 때 억지로 맞추려 하면
오히려 관계가 더 힘들어집니다.
마음의 속도를 무시한 채
형식만 남은 관계를 이어가면 결국 상처가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관계가 멀어지는 건 다름 때문이 아니라,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멈출 때라는 걸요.

모든 관계가 나에게 기쁨만 줄 순 없어요.
때로는 서운함이, 때로는 침묵이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배우고 자라납니다.
내가 건넨 마음이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깊이를 알게 되죠.
공평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
마음은 언제나 균형보다 온기를 향해 흐르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 모든 인연이 같은 무게로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그 마음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준 만큼 받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움이 있고, 성장의 흔적이 있다면
그 만남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인연입니다.

사람 사이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흐르고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주고받는 것은 숫자나 물건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조용히 마음을 건네는 그 따뜻한 온기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넵니다.
공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마음이 언젠가 닿아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포근하게 감싸주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