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제목만 듣고는 저도 처음엔 완전히 속았습니다. ‘귀신경찰’이라니, 당연히 귀신이 나오는 공포나 미스터리 영화일 줄 알았거든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살짝 기대했지만, 퇴마나 오싹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코믹한 영화였습니다.
이 작품에는 귀신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고, 벼락을 맞고 남의 속마음을 듣게 된 경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능력 코미디인데, 제목이 주는 선입견을 완벽하게 비틀어 시작부터 호기심을 단번에 끌어당깁니다.
웃음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감독이 슬쩍 던지는 메시지는 은근히 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있다면 진짜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죠. 그래서 단순히 가족 영화로만 볼 수 없고, 코믹한 장면 사이사이 인간관계의 본질을 되짚게 됩니다.
신현준 배우는 벼락을 맞은 뒤 초능력이 생긴 경찰을 능청스럽게 그렸습니다. 허당끼와 당황스러움이 절묘하게 섞여서 보는 내내 웃음이 터지더군요. 정준호 배우와의 티키타카도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짧은 대사만 주고받아도 둘이 만들어내는 호흡이 영화 분위기를 확 살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 김수미 선생님. 2024년 10월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 영화가 마지막 스크린 작품 중 하나라고 하니 보는 내내 마음이 묘했습니다.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카리스마가 스크린을 가득 채워, 마지막까지 그분다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민경위(신현준)는 일도 사랑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평범한 경찰입니다. 어느 날 벼락을 맞는 황당한 사고를 겪은 뒤, 갑자기 사람들의 속마음이 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혼란스럽고 두려웠지만 점차 그 능력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지요.
하지만 모든 진심이 다 들린다는 건 생각보다 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마음까지 알아버리니, 가족이나 동료 사이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딸이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리는 순간, 민경위는 잠시 흔들립니다. 남들의 속마음을 훤히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였지만 정작 가장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들여다볼지 망설이죠. 결국 그는 능력을 쓰지 않고, 딸의 입에서 직접 전해지는 말을 믿기로 합니다. 이 선택이야말로 민경위가 끝내 지켜낸 아버지로서의 믿음이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족 간 신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재미있고 통쾌하기만 하던 능력이 시간이 갈수록 민경위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다 알게 되면 과연 더 행복할까요? 영화는 그 질문을 따라가며 웃음 속에 잔잔한 고민을 함께 담아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누군가 “아직도 속마음을 잘 맞추니까 귀신인 줄 알았다”라는 대사를 던지는 순간 제목의 비밀이 딱 풀립니다.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반전이 오히려 통쾌했어요. 결국 주인공이 사람들의 마음을 귀신처럼 꿰뚫는다는 뜻이었죠. 제목이 주는 장난스러움이 끝까지 살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무리 감상
〈귀신경찰〉은 제목이 주는 첫인상과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 영화였습니다. 시종일관 가볍게 웃게 해주면서도, ‘속마음을 안다는 게 과연 축복일까?’라는 질문을 은근하게 던집니다.
가족끼리 함께 봐도 부담 없고, 배우들의 찰떡 케미와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까지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어요. 무엇보다 고 김수미 선생님의 마지막 스크린 연기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학폭 사건에서 능력을 내려놓고 딸의 말을 믿어 준 아버지의 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초능력보다 더 큰 힘이 결국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그 장면이 가장 깊이 전해 주었거든요.
공포를 기대했다가 능력 코미디를 만나는 신선한 반전, 그리고 웃음 속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까지…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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