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애증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채콩이에요. 오늘은 제가 최근에 끝까지 몰입해서 본 2025년 9월 12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땐 단순한 우정 드라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면서는 점점 그 이상의 감정이 겹겹이 쌓여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끝까지 보고 난 뒤에는 단순한 친구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책임지듯 애증으로 얽힌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답니다.
억울함에서 시작된 균열
두 사람이 처음 갈등을 겪은 건 아주 작은 사건에서였습니다. 은중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반장이던 상연이 선생님 대신 손바닥을 때린 사건이었죠. 겉보기엔 단순한 교칙 위반에 대한 징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은중 입장에서는 큰 배신이었어요. 친구라면 믿어주길 바랐는데 오히려 직접 벌을 주었다는 사실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고, 그 뒤로 상연을 볼 때마다 미묘한 감정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은중에게 “상연은 늘 나보다 위에 서 있다”라는 열등감을 심어주었고, 그때부터 둘 사이에는 선망과 질투가 동시에 흐르기 시작했어요.
서로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
겉으로 보기에 상연은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아이였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 형편도 넉넉했고, 부족함이 없어 보였죠. 반대로 은중은 주변에 친구가 많고 밝은 성격 덕분에 늘 사람들 사이에서 환영받았지만, 그런 자연스러운 친화력은 상연에게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늘 “나에게 없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상연은 은중의 밝음을 동경하면서도 질투했고, 은중은 상연의 조건과 위치를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친구라고 부르기엔 복잡한, 애증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형태로 굳어지게 됩니다.
상실과 비밀이 만든 균열
이후 상연의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균형은 크게 흔들립니다. 은중에게는 짝사랑의 대상이자 특별한 존재를 잃은 것이었고, 상연에게는 진짜 가족을 잃는 충격이었어요. 같은 상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공통의 아픔을 공유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감정의 결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연의 오빠 천상학과 관련된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또다시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이 부분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데,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후 은중과 상연, 그리고 상학 선배의 감정은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이야기를 직접 보면서 느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결국 은중과 상학 선배가 사랑을 시작하게 되지만, 상연은 이미 마음속에서 그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은중에게는 “내가 먼저였는데 네가 끼어들었다”는 상처가, 상연에게는 “또 빼앗겼다”는 아픔이 남았습니다. 상학이 상연에게 끌렸던 건 순수한 사랑보다는 연민이었는데, 이로 인해 은중과 상학의 관계는 무너지고 맙니다. 은중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배신이었고, 상연은 또다시 결핍을 채우지 못한 채 더 큰 집착을 키워갔습니다.
세 사람의 재회
세월이 흘러, 은중과 상연은 영화계에서 공동 PD와 촬영감독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학 선배와도 재회하게 되는데,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상처와 미련을 안고 있었습니다. 은중과 상학은 여전히 서로에 대한 감정의 잔향을 숨기지 못했고, 상연은 끝까지 은중을 향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봐도 집착에 가까웠습니다.
상연은 과거에 은중을 무너뜨리려 했던 인물이었기에, 은중에게는 용서하기 힘든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연이 죽음을 앞두고 다시 은중을 찾아와 스위스로 함께 떠나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장면은 정말 모순적이면서도 먹먹했어요.
미움까지 껴안은 결말
드라마 초반에 상연이 은중에게 건물을 증여하겠다고 연락했을 때, 은중이 크게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감정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은중에게 그 제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다시 들추는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너는 결국 내가 주는 걸 받아야 해”라는 식으로 들렸던 거죠.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은중은 미움까지 자신의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상연의 곁에 서기로 합니다. 그것은 용서라기보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지워버릴 수 없는 관계였던 겁니다.
개인적인 감상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애증이라는 감정이 결국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는 걸 느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애증이 있듯, 친구 사이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관계이더라고요. 은중과 상연은 서로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였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끌어안으면서도 미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 건 상학 선배였습니다. 그는 결국 세 사람의 얽힌 관계 속에서 피해자 같은 위치에 있었고, 다시 재회했을 때도 은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까요. 사랑과 연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끝내는 누구의 곁에서도 완전히 행복하지 못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마무리
<은중과 상연>은 단순한 우정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사랑과 미움, 질투와 연민이 얽혀 있는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인간적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제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관계들 속에서도, 이런 애증의 감정은 언제든 생길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나의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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