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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

《베테랑2》 리뷰 – 폭력과 정의 사이를 묻다

by 유니채콩 2025. 9. 29.

베테랑2 공식포스터

베테랑 1편을 잠깐 돌아보기

2015년에 개봉한 <베테랑>은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속이 뻥 뚫리는 범죄 액션 영화예요.
그때 관객들이 특히 열광했던 건 단순히 화려한 액션 때문만은 아니었죠.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는 막강한 돈과 힘을 믿고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주변의 권력 있는 이들이 서로를 감싸 주는 덕에
법의 심판을 쉽게 피해 갑니다.
이런 모습이 당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비춘 듯해 많은 이들이 더 큰 분노와 공감을 느꼈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이 부조리함을 끝까지 파헤치며 맞서는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도철은 특유의 끈기와 거침없는 성격으로
돈으로 세상을 움직이려는 조태오와 정면 승부를 벌입니다.
매 장면마다 터져 나오는 대사와 과감한 액션,
그리고 정의를 지키려는 그의 집요함이
관객들에게 묵직한 카타르시스와 짜릿한 해방감을 안겨주었죠.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했어요.
“정의는 결국 이긴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렬하게 마음을 흔들었고,
당시 극장가를 완전히 휩쓸며 한국 상업영화의 힘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사회 비판과 통쾌한 재미를 동시에 잡은 드문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이 ‘국민 범죄 액션 영화’로 꼽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0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

그로부터 10년, 속편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또 한 번의 응징극”으로 끝나지 않아요.
영화는 처음부터 한층 더 복잡하고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서도철 형사는 여전히 현장에서 범죄와 싸우고 있지만,
전작 때처럼 정의감 하나로만 밀어붙이기엔
세상이 훨씬 복잡해졌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느 날, 유명한 교수가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곧 이 사건이 과거의 미제 살인과 묘하게 얽혀 있다는 단서가 나타납니다.
게다가 범인은 마치 대중을 조롱하듯
자신이 벌일 다음 범죄를 예고하는 듯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립니다.
언론과 시민들은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는 공포에 휩싸이고,
경찰 내부는 초긴장 상태가 되죠.

도철은 새로 합류한 후배 형사 박선우(정해인)와 손을 잡고
사건의 퍼즐을 맞춰 가지만,
한 발 다가갈수록 범인의 정체는 더 혼란스럽습니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무엇이 진짜 정의인지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해요.

그런데 일보다 더 큰 시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철의 아들이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리면서
경찰이자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이 뒤흔들리죠.
“정의를 위해 폭력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폭력이 내 가족에게까지 닿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영화는 도철을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내가 느낀 매력

 여전한 시원함, 더 깊어진 이야기

이번 작품에도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과 격투 씬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 액션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2편의 진짜 힘은 “생각거리”에 있습니다.
폭력을 써서라도 나쁜 일을 막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정의와 폭력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관객이 스스로 묻게 만드는 힘이 있죠.

 인간으로서의 서도철

1편의 도철이 정의의 아이콘처럼 그려졌다면,
이번엔 아버지로서의 모습, 경찰로서의 갈등이 더 부각됩니다.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과 범죄를 끝까지 쫓아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진짜 같고,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사회적 시선이 확장된 속편

학교 폭력, 온라인 여론, 언론의 자극적 보도 등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민낯을 군데군데 비춥니다.
단순히 범죄만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과 닿아 있는 문제들을 슬쩍 비추면서
스토리에 무게를 더했어요.

아쉬운 점 & 이런 분께 추천

이야기 안에 다루는 이슈가 워낙 많다 보니
중심 메시지가 잠깐씩 흐려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악역의 동기 역시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면
마지막까지 더 큰 여운을 남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또 1편에서 매력적이었던 형사 팀의 팀플레이가
이번엔 도철 중심으로만 흘러가서
조연들이 빛날 기회가 적었다는 점도 살짝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액션의 재미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느끼고 싶은 분,
단순히 시원한 응징극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고 싶은 분,
그리고 전작을 봤든 안 봤든 한국식 범죄 액션을
한 단계 깊게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실 거예요.

마무리 한 줄 평

“폭력과 정의 사이의 경계를 묻는 10년 만의 귀환.”
《베테랑2》는 단순한 속편을 넘어,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묵직하고도 생각 많은 범죄 액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