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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귀신의 한을 진심으로 풀다

by 유니채콩 2025. 9. 26.

<악마가 이사왔다>포스터

 

 

이번에 제가 보고 온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이야기를 길게 나눠보려 해요. 제목만 들으면 왠지 소름 끼치고 무서울 것 같죠? 저도 처음엔 전형적인 공포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답니다. 이 영화는 귀신의 한을 사람의 진심으로 풀어내는, 오히려 따뜻하고 로맨틱한 드라마였어요.

 더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상근 감독이 바로 2019년 큰 사랑을 받은 재난 액션 코미디  <엑시트>의 감독이라는 점이에요. 그때도 윤아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함께 작업하며 한층 깊어진 호흡을 보여 줍니다. 전작에서 재난 속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아낸 감독이 이번에는 귀신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기대가 컸답니다.

줄거리 – 새벽 두 시, 그녀가 달라진다

주인공 길구(안보현 분)는 무료하고 힘 빠진 일상을 살아가요. 회사도 그만두고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던 중, 어느 날 아래층으로 이사 온 선지(임윤아 분)를 보게 되죠. 낮에 본 선지는 그저 평범하고도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어요. 하지만 새벽 두 시가 되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합니다. 길구는 우연히 이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지만, 그때부터 그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 분)는 이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고, 대신 길구에게 선지를 지켜 달라고 부탁합니다. 길구는 매일 새벽 두 시마다 선지 곁을 지키며 그녀의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이해해 가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길구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그녀의 상처를 함께 짊어지고자 하는 진짜 보호자로 성장해 갑니다.


매력 포인트 – 악마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

1. 낮과 밤, 두 얼굴의 은유

선지가 낮과 밤에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은 단순한 오컬트 설정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가진 밝음과 어둠을 상징하는 듯했어요. 사람도 누구나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품고 살잖아요. 영화는 이 양면을 캐릭터를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2. 무심한 듯 스며드는 진심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선지를 바라보던 길구가, 새벽마다 그녀를 지키며 점점 진심을 다하는 사람으로 변해요. 단순히 관심을 넘어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견뎌 주려는 그의 태도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 같았어요.

3. 미스터리와 로맨스의 절묘한 조화

이 영화는 전형적인 공포보다는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섞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덕분에 관객은 두근거림과 먹먹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죠.

아쉬운 점 – 흔들리는 톤과 급한 전개

중간중간 장르의 톤이 오락가락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또 몇몇 장면은 설명이 부족해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을 주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남긴 긴 여운은 정말 컸습니다.

마무리 감상 – 진심이 만들어 낸 치유

<악마가 이사왔다>는 결국 악마를 몰아내는 퇴마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귀신의 한을 풀어 준 것은 무속이나 주문이 아니라, 사람의 진심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 사람의 깊은 상처도 서서히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잔잔히 보여 준 영화였어요.

제목 속 ‘악마’는 단순히 무섭고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과 상처의 다른 이름이었을지도 몰라요.

두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 동안 웃고 울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어떤 퇴마보다도 강력한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