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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리뷰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범죄영화 <밀수> : 역사적 배경, 줄거리 및 내용

by 유니채콩 2024. 1. 31.

영화<밀수>

 

⚠️ 이 글에는 영화 <밀수>의 주요 전개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소개와 시대적 배경

2023년 7월 26일 여름 개봉작 〈밀수〉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제작사 외유내강이 만든 작품입니다. 조춘자 역의 김혜수, 엄진숙 역의 염정아, 권상사 역의 조인성, 장도리 역의 박정민, 이장춘 역의 김종수, 고옥분 역의 고민시가 주요 출연진으로 참여해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 류승범의 친형이자 액션 연출로 정평이 난 감독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호텔을 무대로 한 화려한 액션수중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장면을 통해 “믿고 보는 감독”이라는 평을 다시금 확인시켰습니다.

영화의 시점은 1970년대 한국입니다. 1950년대의 가난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미제 물건이 넘쳐나던 시기였죠. 당시에는 중국·미국·일본에서 들여온 물건이 도깨비시장(현 남대문시장)으로 몰렸고, 내놓자마자 사라진다 하여 ‘도깨비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실제로 남해안 일대에서는 일본으로 활어를 수출하던 어선이 물고기와 함께 일본 가전제품을 들여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부산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밀수에 참여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영화 속 가상의 도시 군천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세부적인 인물의 일화는 허구이지만 “정말 있었을 법한 이야기”라는 사실감이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줄거리

서해안 어촌 군천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은 진숙의 아버지 엄선장과 함께 어선 맹룡호를 타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인근 화학공장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해산물이 팔리지 않게 되자, 가족의 생계가 위기에 놓이면서 결국 밀수에 손을 대게 됩니다.

밀수는 단순했습니다. 밀수업자가 바다에 숨겨둔 물건을 해녀들이 물질로 건져 전달하는 방식이었죠. 처음에는 사소한 물건에서 시작했지만, 차츰 금괴 같은 귀한 물품까지 다루게 되면서 위험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세관의 단속이 강화되던 어느 날, 엄선장과 그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해녀들은 경찰에 체포되고, 춘자만이 우연히 단속을 피해 도망칩니다. 그 사건 이후 진숙을 비롯한 해녀들은 춘자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오해한 채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다시 시작된 갈등

2년 뒤, 서울 명동에서 밀수를 계속하던 춘자는 월남전 참전 용사 출신 밀수업자 권상사(조인성)의 구역을 침범하다 붙잡히게 됩니다. 위협을 받은 춘자는 군천에서 안전하게 밀수할 수 있는 루트를 제안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권상사와 함께 다시 군천으로 내려갑니다.

군천으로 돌아온 춘자는 다방을 운영하며 사장이 된 고옥분(고민시)을 만나 과거의 진실을 하나씩 듣게 됩니다. 사실 2년 전 세관에 밀수 사실을 신고했던 사람은 춘자가 아니라 장도리(박정민)였던 것입니다. 장도리는 밀수 브로커였던 김원해를 죽이고 군천의 밀수 뒷거래를 주도하는 조직의 두목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배신과 복수

춘자는 장도리의 만행을 막기 위해 권상사와 손을 잡고, 해녀들의 불만을 이용해 장도리를 몰아세우는 계략을 꾸밉니다. 그러나 장도리도 만만치 않은 인물. 권상사를 제거하고 다이아몬드 밀수품을 손에 넣으려 바다로 향하지만, 해녀들이 상어가 있는 바다에 설치한 덫에 걸리며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극 후반, 호텔에서는 권상사와 장도리가 벌이는 화려한 액션 신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바다 속에서 해녀들이 펼치는 수중 액션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연출이 빛을 발합니다. 엔딩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권상사가 병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고, 춘자가 그에게 밀수품이었던 다이아몬드를 올려주며 영화는 여운을 남기고 마무리됩니다.


감상 후기

〈밀수〉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욕망과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해녀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연대와 인간적인 갈등, 그리고 돈과 권력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이 극적으로 대비됩니다.

김혜수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조춘자라는 인물을 강렬하면서도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염정아와의 팽팽한 호흡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조인성의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권상사 캐릭터 역시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수중 액션과 호텔 액션은 그가 왜 “믿고 보는 감독”인지 다시금 입증하는 장면이었으며, 실제 역사적 배경을 적절히 변주한 덕분에 픽션임에도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감을 주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돈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1970년대의 밀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범죄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집니다.